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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과 자연과 음악은 본디 하나란다"

행복한 세계민속악기 체험 '예민의 뮤뮤스쿨'

  김진경 <jino0221@naver.com>  

지난 22일 오후 3시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예술인 마을의 세계민속악기 박물관 지하 1층.
바닥에 검은 색 천이 깔리고 방석이 놓였다. 18개의 방석. 그리고 그 위에는 그 수만큼의 초등학생들이 앉았다.
예민의 뮤뮤스쿨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처음 보는 아이들과 선생님이지만 이날의 음악선생님 예민의 스스럼없는 태도에 어색함은 사라진다.

처음 등장한 악기는 아프리카의 북.
“이 악기 이름이 뭘까? 이건 ‘말하는 북’이야”

신기하기도 하지. 내가 만약 아이들에게 저 말을 했더라면 당장 ‘말도 안된다’는 면박이 날아 왔을 텐데 수업에 참가한 아이들은 ‘말하는 북’이라는 표현에도 진지하다.
예민은 곧이어 “얘 말을 알아듣는 사람이 이 중에서 1명은 있을거야”라고 말하곤 북을 친다.
거짓말처럼 한 아이가 말한다. “안녕하세요?”
“맞아,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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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북’의 첫 등장에, 그리고 그 북의 말을 알아듣는 아이 덕에 수업은 한층 화기애애해진다. 뮤뮤스쿨에선 악기와 함께 지도가 등장한다.

파란 천에 알록달록 수놓아진 세계의 대륙들.
그 대륙들을 짚으며 수업은 이어진다.

“말하는 북은 아프리카에서 시작해서 이렇게 널리 펴졌어. 아프리카에서는 북소리로 무슨 일이 있는 걸 알린 거야. 우리나라 옛날에 봉화대가 있었던 것처럼 말이야.”

예민은, 이번엔 기다란 나무를 가져온다.
“이 악기는 연주를 위해 만든 악기가 아니야. 소리 한 번 들어볼래?”
뒤이어 그 나무를 한쪽으로 기울였다가 또 다른 한쪽으로 기울인다.

‘차르르~’ 아름다운, 돌 조각 소리 같기도 하고 조개 껍데기 소리 같기도 한 소리가 들려온다. 호기심에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

악기의 이름은 ‘레인스틱’이었다. 남미 안데스 지역에서 쓰인 전통악기.
뒤이어 등장한 악기는 개구리 모양 나무 악기. 제법 아는 아이들도 있었다.
나무로 등을 긁어 비오는 소리를 내는 아시아의 악기다.

레인스틱과 이 악기의 공통점은‘비가 내리길 바라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악기라는 점.
“그래서 사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악기의 처음이 아니었을까 라고 생각하게 되는거야.”

예민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처음 보는 악기를 하나 하나 꺼내어 어린이들이 돌아가면서 연주해 보게 한다.아이들의 탐색능력은 놀랍다.
처음엔 아무 소리도 못내던 악기가 이 아이 저 아이의 손을 거치면서 완성되길 여러 차례.악기는 어느덧 아이들의 즐거운 장난감이 된다.

파도 소리를 내는 오션 드럼을 소개하는 차례.
예민은 아이들 사이를 돌아가며 아이들의 머리 위에서 오션 드럼의 소리를 들려준다.
고요한 파도 소리, 그리고 ‘쿠아앙’ 천둥 소리까지….

아이들의 반응은 너무 자연스럽다. 파도 소리에 눈감고 귀기울여 듣기도 하고
천둥소리엔 깜짝 놀라 소리친다. 몇 몇 아이는 아예 천둥 소리가 무서워 들으려고 하지 않기도 한다.

음악이란 머리로가 아니라 저렇게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너무나도 자연스런 생각을 새삼 하게 한다.

예민은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로 잘 알려진 가수다. 노래 제목과 무슨 인연이 있었던 걸까. 산골 분교를 찾아 그 곳 아이들을 위해 170회가 넘는 분교음악회를 가졌다.
지난해 4월부터는 그가 대표로 있는 (주)아티움오퍼스 주최로 박물관을 돌며 도시어린이들을 위한 ‘뮤뮤스쿨’을 이렇게 열고 있다.

‘뮤뮤스쿨’은 ‘박물관’의 '뮤지엄(MUSEUM)'과 음악(Music)의 영어 앞 글자를 딴 이름.
교육비를 따로 받지 않고 어린이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음악을 감상하고 세계 민속 악기의 소리를 체험하게 하는 순수 교육 프로그램이다.

예민은 이 뮤뮤스쿨을 통해 ‘인간과 자연, 음악은 하나라는 생각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느끼고 세계 문화가 얼마나 다양한 지를 알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수업 중반, “그런데 왜 요즘은 악기가 안 만들어지는 걸까? 난 너희들이 너희들의 악기를 만들었으면 좋겠어”라는 예민의 말에서 ‘아름다움이 넘치는 음악을 제대로 느끼고 즐기길 바라는’ 마음이 왠지 애틋하게 와닿았다.

티벳에서 배고픈 귀신 들을 불러 모은다는 팅샥, 원숭이들을 훈련시키기 위해 고안됐다는 몽키드럼, 얇은 칼날처럼 생긴 것을 입에 갖다 대 연주하는 베트남의 담모이, 호주 원주민들이 지구의 소리가 난다고 여기는 디저리두 등 이날 '뮤뮤스쿨’에 참석한 어린이들은 내가 평생 살아오면서 알았던 것보다 훨씬 많은 악기들을 만지고 배웠다.

악기가 많은 것만큼 인상적이었던 건 그 모양과 재질과 유래와 소리가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참석한 한 어린이가 말했다.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던데…”
그러게, 나 역시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안 악기래야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피리, 탬버린, 캐스터네츠, 기타 정도의 범주다.

아이들은 거의 두 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진지하게 열중했다.
세계의 악기들이 이렇게 아이들의 관심을 끌어당길 줄은 미처 몰랐다.

그래, 아이들에겐 이런 교육이 필요한 게 아닐까?
사람들의 사는 모습만큼이나 다양한 악기를 접하면서 다른 문화권을 배척하거나 이기려고 하기보다 이해하는 걸 배우고 컴퓨터 게임이나 많은 TV 애니메이션이 가르쳐 주는 ‘싸움의 기술’이 아닌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연주하는 ‘미의 기술’을 자연스레 익히는 교육 말이다.

엉뚱하게도 뮤뮤스쿨이 끝날 때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잫아도 사교육 광풍이 부는 한국에 기름을 들이붓는 교육입안자들의 정책이 아니라 예민 같은 철학을 가진 이의 정책이 반영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뮤뮤스쿨이 끝나고 악기가 신기해 만져보고 불어보는 아이들을 보며 아이들이 자연과 인간과 음악이 하나라는 것을 알고 그래서 음악과 더불어 조금이라도 행복하기를 소망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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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6김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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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4 13:39 2008/08/04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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